
1. 프로파간다는 어떻게 우리의 기억을 조작하는가?
프로파간다에 대해 아시나요?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선동, 선전으로 불리는 단어입니다. 우리는 매일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있습니다. 뉴스, 광고, SNS, 친구와의 대화에서도 많은 정보를 주고받습니다.. 하지만 그중에는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정보를 제공하는 매체들도 있습니다. 프로파간다는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사람들의 인식을 특정 방향으로 바꾸려고 하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특히 정치적이거나 사회적 이슈와 관련되어 있다면, 더욱 강력한 영향을 끼칩니다. 예를 들어, 전쟁 중인 국가에서는 전쟁을 정당화하고 자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노력함과 동시에 상대국을 마치 악마처럼 묘사하는 활동을 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반복적으로 특정한 메시지를 접하다 보면 사람들은 결국 그것이 진실이라 믿게 됩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정보도 시간이 지나면 마치 사실인 것처럼 각인되기도 합니다.
2. 프로파간다가 기억을 왜곡하는 심리적 기제
프로파간다는 특정한 심리적 메커니즘을 활용하여 사람들의 기억을 조작합니다. 다음은 대표적인 기제들입니다.
○ 권위에 대한 복종 (Obedience to Authority)
사람들은 흔히 전문가, 지도자, 기관 등 권위가 있는 존재들이 제공하는 정보를 더 신뢰하게 됩니다. 프로파간다는 이를 활용하여 과학자나 의사, 군인, 종교지도자 등 권위 있는 사람들을 내세워 메시지전달의 신뢰도를 높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20세기 초·중반 담배의 해로움이 과학적으로 증명되기 전까지 담배광고를 하면서 “의사들이 추천하는 담배”라는 슬로건을 넣어 소비자들에게 특정 담배가 안전하다는 인상을 심어주기도 했습니다.
○ 스토리텔링 효과 (Narrative Transportation)
사람들은 단순하게 사실을 전달하는 것보다 감동적이거나 극적인 이야기를 선호합니다. 그래서 정보를 전달할 때 극적인 이야기 형식으로 정보를 제공하게 되면 사람들은 이를 더 강하게 믿고 기억하게 됩니다. 프로파간다는 이처럼 스토리텔링을 이용하여 특정한 메시지를 강조하거나 적대 세력을 적대시하는 서사를 만들기도 합니다. 흔히 정치적 선전에서 “한때 가난했던 소년은 우리 당의 정책으로 인해 성공한 어른이 될 수 있었다.”는 식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통해 자신들의 정책을 정당화하기도 합니다.
○ 인지 부조화 (Cognitive Dissonance)
사람들은 흔히 자신의 신념과 행동이 불일치를 경험할 때 심리적 불편감을 느끼고 이를 해소하려는 노력을 합니다. 프로파간다는 이러한 심리를 이용하여 “이 메시지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당신은 동정심이 없는 것이다.”는 식으로 압박합니다. 그로 인해 사람들이 기존의 신념을 바꾸게 되는 것입니다. 여러 정당들이 “이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면 상신은 애국자가 아니다.”라는 논리를 사용하여 유권자들의 행동을 조작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 희소성 효과 (Scarcity Effect)
희소성이 높은 것이 더욱 가치 있어 보이는 것은 당연합니다. 프로파간다는 이러한 심리를 활용합니다.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늦는다.”는 등의 메시지를 강조함으로써 사람들의 즉각적인 반응을 유도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 법안이 통과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는 망할 것이다.”와 같은 식으로 묘사하는 것입니다. 이런 메시지는 사람들이 더 빠르게, 더 정확하게 특정 정책을 신뢰하고 지지하게 됩니다.
3. 역사 속 프로파간다 사례
프로파간다는 오랜 역사 속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 프랑스혁명의 정치 선전
프랑스혁명 당시, 혁명 지도자들은 귀족과 왕실이 부패했다는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선전물을 대량 배포했습니다. 특히 마리 앙투아네트가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라고 말했다는 거짓된 이야기를 퍼뜨려 대중의 분노를 유발하기도 했습니다. 길거리의 벽보와 신문들은 “국왕은 국민의 적”이라는 메시지를 반복하면서 민중의 봉기를 유도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선전은 결국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를 처형하는 결과를 낳았고 프랑스혁명은 더 급진화되기도 했습니다.
○ 중국 문화 대혁명 마오쩌둥 선전
1966년부터 시작된 중국의 문화 대혁명 동안 마오쩌둥은 선전을 통해 자신을 신격화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마오 주석 만세!”와 같은 구호와 함께 모든 국민이 “마오쩌둥어록”을 암기하게 하고 따르도록 강요했습니다. 신문과 방송에서는 마오쩌둥이 중국을 이끌 수 있는 유일하고 위대한 지도자로 묘사하기도 했습니다. 홍위병(청년 학생들)은 이러한 프로파간다의 영향을 받아 지식인과 반대파를 “반혁명분자”로 몰아 탄압했을 뿐 아니라 수백만 명을 강제노동 시키고 숙청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선전의 결과로 중국사회는 심각한 혼란을 겪게 되었습니다.
○ 나치 독일의 반유대주의 선전
나치 독일은 유대인을 독일 경제 위기의 원인으로 몰아감으로써 국민들이 유대인을 적대시하도록 조장했습니다. 영화 《영원한 유대인》(The Eternal Jew, 1940)과 같은 반유대주의 선전물을 제작하여 유대인들을 탐욕스럽고 부도덕한 존재로 묘사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선전의 결과로 독일 국민들은 유대인에 대한 강력한 편견을 가지게 되었고 결국 600600만 명 이상의 유대인이 학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 일본제국의 전쟁 선전
일본은 1930년~1940년대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해 강력한 프로파간다를 사용했습니다. 정부는 천황을 신격화하는 한편, 국민들에게는 전쟁은 일본을 보호하기 위한 신성한 임무라는 메시지를 주입했습니다. 특히 가미카제라 불리던 자살특공대를 영웅적인 존재로 선전하여 젊은이들이 목숨을 바치도록 유인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선전의 결과로 일본 국민들은 전쟁을 당연하게 받아였을 뿐 아니라 극단적인 희생까지 감수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 현대의 정치 선전과 가짜 뉴스
요즘은 SNS를 통해 정치적 선전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선거 기간이 되면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가짜 뉴스가 퍼지고, 유권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조작된 기억을 가지게 됩니다. 거짓 정보가 반복적으로 퍼지게 되면서 처음에는 의심했던 사람들도 점차 그 내용을 진실로 받아들이고 믿게 되는 것입니다.
4. 프로파간다로부터 기억을 보호하는 방법
우리는 어떻게 프로파간다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우리의 기억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 다음과 같은 방법이 효과적입니다.
○ 선동적인 단어와 프레임 분석하기
특정한 용어나 프레임이 반복적으로 사용된다면 그 목적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애국심, 공포, 위기, 배신자’ 같은 단어들은 감정을 자극하여 판단을 흐리게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보가 중립적으로 표현되지 않고 강렬한 감정을 유발한다면 프로파간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 숫자와 통계의 함정 경계하기
“90%가 넘는 사람들이 찬성했다.” 등의 수자는 강한 인상을 주지만, 누가 조사를 했는지, 표본은 몇 명인지, 질문 방식이 공정했는지, 누구에게 질문했는지 등을 따져보는 것이 좋습니다. 통계는 쉽게 조작될 수 있으므로 숫자 그 자체보다는 그 배경을 살펴볼 수 있어야 합니다.
○ 전문가의 권위에 맹목적으로 의존하지 않기
“전문가의 의견이니 확실할 거야.”라는 논리는 매우 위험합니다. 전문가의 의견도 출처를 정확히 확인할 필요가 있으며 또 다른 전문가의 의견은 어떤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특정 전문가가 자주 등장하여 일방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면 프로파간다가 아닌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 사회적 압박에서 벗어나기
“모두가 그렇게 생각한다.” 는 분위기가 조성되더라도 한 걸음 물러나 독립적인 사고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내가 이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이 합리적인가, 주변의 분위기에 근거 없이 휩쓸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합니다.
○ 지나치게 단순한 해결책을 의심해 보기
“이 문제는 이렇게 해결이 가능하다.”는 등의 정보는 위험합니다. 세상은 복잡하고 다양한 원인이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너무 단순한 설명이 반복되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면 조작된 메시지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다양한 관점을 살펴볼 수 있어야 합니다.
5. 결론 – 우리는 어떻게 진실을 기억할 수 있을까?
프로파간다는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닙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사람들의 기억을 조작하여 특정한 방향으로 여론을 움직이려는 강력한 수단으로 활용됩니다.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정보를 접하는 현대사회에서는 어떤 정보가 조작된 것인지 스스로 구별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쉽게 선동되지 않기 위해서는 경계를 늦추지 말고, 여러 사례들을 통해 프로파간다의 패턴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인식을 통해 한 가지 의견에 선동되기보다는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