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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과 기억력의 상관 관계

by mindhaven 2025. 2. 23.

우울과 기억력의 상관 관계

1. 우울증과 기억력 저하의 연관성

여러분은 깊은 우울감을 느껴 본 적이 있으신가요? 제가 상담하는 내담자들은 대부분 기분이 가라앉고 우울한 기분을 느끼는 정도를 넘어,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오는 무거운 감정을 토로하곤 합니다. 그런데 이들이 호소하는 어려움은 단지 감정적인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바로 기억력과 관련된 문제들입니다. 상담실에서 내담자들은 종종 이런 말을 합니다.

요즘 깜빡하는 일이 너무 많아요. 중요한 일을 자꾸 잊어버려서 스스로가 너무 한심하게만 느껴져요.” , “공부를 해도, 책을 읽어도 도무지 머리에 들어오지를 않아요. 아무리 노력해도 기억에 남지를 않으니 의욕도 사라지고 너무 힘들어요.” 이런 고민을 들을 때면 이들이 얼마나 힘든 경험을 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피로나 스트레스 때문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여겼던 것들이 사실은 우울증의 신호였다는 것을 내담자들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억이 흐릿해지고,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일상적인 일들이 점점 더 버거워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때마다 자신을 탓하고 나는 왜 이렇게 멍청해졌을까? 혹시 조기 치매는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하며 더 우울 해 합니다. 기억력 저하로 인한 실패 경험은 사람들의 자존감에도 악영향을 끼칩니다. 직장에서는 실수를 계속하고, 학교에서는 성적이 떨어지고, 대인관계에서는 너 괜찮은 거 맞냐?”는 말까지 듣게 되면서 스스로가 쓸모없이 느껴지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우울하면 기억력이 저하되는 것일까요? 단순히 기분이 나쁘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뇌 속 어딘가에서 일어나는 보이지 않는 변화 때문일까요? 제가 만났던 우울증 내담자들의 사례와 심리학적 연구 결과들을 통해 우울증이 기억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금 더 살펴보고자 합니다.

 

2. 우울할 때 기억력이 떨어지는 뇌 과학적 이유

우울할 때, 기분만 나빠지는 것이 아니라 기억력까지 저하된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우울증은 뇌 구조와 기능에도 영향을 주어 기억력을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는 것일까요?

해마(Hippocampus)의 위축

우울증과 관련하여 가장 많이 연구된 뇌 부위는 바로 해마입니다. 해마는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전환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연구결과에 의하면, 우울증을 오랫동안 앓아온 사람의 경우 이 해마의 크기가 눈에 띄게 줄어들어 있다고 합니다. 이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Cortisol) 때문입니다. 해마는 코르티솔에 특히 민감한데, 이 호르몬이 과다 분비 되면서 해마 세포가 손상되고, 결국 기억력과 학습 능력이 저하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제가 상담하고 있는 내담자 A 씨는 우울증으로 인한 기억력 저하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는, “제 머리에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는 것 같아요. 아내와의 기념일이나 아들의 생일도 잘 못 챙겨줬어요. 회사에서도 저를 능력이 없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라고 하며 점점 더 우울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기억력 저하가 우울감을 더 심화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A 씨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뇌 구조의 변화를 이해하고, 스트레스 관리 및 적절한 치료를 해야만 합니다. 이를 통해 기억력 저하로 인한 내담자의 좌절감을 줄이고 전반적인 회복을 도울 수 있을 것입니다.

전두엽 기능 저하

전두엽은 뇌에서 주의력이나 문제해결 능력, 감정조절 등 고차원적 인지기능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울증이 심해지면 전두엽의 활동은 점점 저하됩니다. 전두엽의 기능 저하로 인해 집중력 저하, 사고의 유연성, 기억력 약화까지 이어지는 것입니다. 우울증 환자들은 종종 사소한 실수를 반복하거나 집중해야 할 순간에 산만해지기도 합니다. 전두엽 기능이 약해지면서 중요한 정보와 그렇지 않은 정보를 구분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제가 2년 전 상담했던 B 씨의 경우 우울증과 기억력 저하로 인해 직장 생활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회의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직장 상사의 말을 잘 기억하지 못하고, 충동적인 행동을 해서 인사평가에서 불리한 조치를 받기도 했습니다. 당시 그는 나는 왜 이렇게 멍청한가?”라고 자신을 비난하며 상담실에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후 상담을 통해 B 씨는 자신이 멍청해서가 아니라 전두엽 기능의 문제가 원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꾸준한 약물치료와 상담치료를 통해 전두엽 기능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전두엽 기능이 약화되면 충동적인 행동을 하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적절한 치료를 통한 전두엽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 좋습니다.

감정과 기억의 상호작용

기억은 감정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습니다. 기쁜 순간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고, 슬프거나 불안한 순간은 왜곡되어 저장되기도 합니다. 특히 우울증 환자에게는 이러한 경향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그들은 긍정적 기억을 떠올리는데 어려움을 겪고, 부정적 기억을 더 오랫동안 기억합니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부정성 편향(Negativity Bias)’이라고 부릅니다. 더 중요한 것은 부정적 편향만 할 뿐 아니라, 그 기억을 왜곡되거나 과장해서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제 내담자였던 C 씨의 경우 대기업에서 6년간 일하고 있는 성실한 직원이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에 대해 늘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무능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프로젝트를 크게 실패한 적이 있는데, 그것이 모두 자신의 탓이라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는 제 인생은 늘 그랬어요. 단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이번 프로젝트도 다 제가 일을 망쳐서 그래요. 저는 아마 곧 해고당할 거예요.” 라며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는 우울증 환자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증상으로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우울감을 더 깊어지게 합니다. , 대기업에 입사했다거나, 이번 프로젝트 외에는 모두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사실은 기억하지 않는 것입니다. 다양한 상담을 통해 그는 자신의 기억이 왜곡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고, 긍정적인 기억을 의도적으로 떠올리려 노력했습니다. 그는 지금도 자신의 회사에 잘 다니고 있습니다.

스트레스와 주의력 저하

극심한 스트레스는 뇌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우리의 뇌는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생존에 꼭 필요한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처리하려 합니다. 이것은 뇌가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한 본능적인 반응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일상적이거나 생존에 위협이 되지 않는 기억들은 쉽게 잊어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스트레스가 장기간 지속되면, 뇌는 계속해서 비상 모드를 유지하게 되는데, 그 결과 정보 처리 능력이나 기억력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제가 상담했던 직장인 내담자 D 씨 역시 스트레스로 인한 기억력 저하를 호소했습니다. 그는 저는 요즘 스트레스로 인해 업무 메일을 확실히 보냈는지 기억이 안 나서 하루에도 몇 번씩 확인해요.”라고 하며 불편함을 호소했습니다. 이것은 그의 부주의함 때문이 아니라 스트레스로 인해 뇌가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한 결과입니다. 특히, 반복적인 확인 행동은 뇌가 과도한 정보에 압도되어 나타나는 증상이므로, 스트레스 관리와 우울증 치료가 필수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3. 우울증과 관련된 기억 왜곡

우울증은 기억력을 악화시키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을 왜곡하기도 합니다. 우울증 환자의 경우 자신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쳤던 사건들을 과장되게 기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일에 대해 매우 극단적이고 부정적으로 예측하기도 합니다. 이런 증상은 우울증 환자들의 편도체가 부정적인 영역에 더 활성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를 왜곡해서 기억하기

우울증 환자들은 학창 시절을 떠올릴 때, 즐거웠던 소풍이나 친구들과 했던 재미있는 이야기보다는 선생님에게 혼났던 경험이나 친구들과 다투었던 몇 가지 기억을 더 선명하게 기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왜곡은 나는 늘 왕따였다, 나는 항상 혼나기만 했다.’라는 식으로 일반화하게 되며 성인이 된 후에도 자존감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예측

우울증 환자의 경우 한두 번의 실패 경험을 과장되게 기억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단순히 시험에서 불합격한 것을 두고 나는 항상 실패하는 사람이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라고 일반화합니다. 실제로는 몇 번의 성공 경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정적인 사건만 기억하는 것입니다. 심지어 나는 또 실패할 거야”,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없어라는 부정적인 생각을 강화하여 우울증의 악순환을 만들기도 합니다.

 

4. 우울로 인한 기억력 저하를 개선하는 방법

감정일기 작성하기

감정과 기억은 밀접하게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그래서 감정의 변화를 꾸준히 기록하는 것이 기억 왜곡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이 방법은 실제로 내담자들의 감정을 조절하기 위해 많이 사용되는 방법입니다. 감정일기를 쓰면서 긍정적인 사건과 부정적인 사건을 구분하도록 하면 부정적인 기억에 몰두하지 않을 수 있는 것입니다. 다양한 시각을 가지고 자신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규칙적인 수면과 뇌 회복

우울증 환자에게 수면은 매우 중요합니다. 우울증으로 인해 수면이 불규칙해지면 뇌는 기억을 효율적으로 저장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우울증 내담자들에게 수면 위생을 강조하고, 일정한 취침 및 기상 시간을 유지하도록 조언합니다. 수면의 질이 높아지면 기억력도 조금씩 회복되는 모습을 보입니다.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 훈련

마인드풀니스 명상은 현재의 순간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머릿속에 불필요한 생각이나 감정들을 내려놓게 하여 걱정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명상을 통해 불안과 스트레스를 줄이면 전두엽의 기능이 회복되고 기억력 또한 향상될 수 있습니다. 많은 내담자들이 처음에는 명상이 무슨 효과가 있겠어?’라고 말하지만, 몇 주간 꾸준히 실천한 후에는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든다, 편안하게 잠들 수 있었다.’라고 하며 명상의 효과를 스스로 말하기도 합니다.

성공경험 쌓고 확인하기

우울증 환자들의 경우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무언가 새롭게 도전하는 것을 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기억력도 더욱 저하됩니다. 이럴 때, 작은 성공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활동은 매우 중요합니다. 작은 성공 경험을 쌓게 되면, 뇌는 긍정적인 정보를 더 잘 저장하게 됩니다. 하루에 한 가지씩 오늘도 해냈다.’라고 느낄 수 있는 일들을 찾아 성공경험을 해 보는 것입니다. ‘5분간 명상하기, 스쾃 10개 하기, 스스로에게 칭찬의 말하기’등 어떤 것이라도 좋습니다. 지속적이고 꾸준한 성공경험을 쌓고 확인하는 과정은 우울증 환자들의 기억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5. 결론

상담을 하다 보면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습니다. 많은 내담자들은 우울감으로 인해 기억력이 저하되고 그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그래서 또 우울해지는 반복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통해 우울감이 기분을 가라앉게 만들 뿐 아니라 우리의 뇌 기능에 실질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것입니다. 우울증으로 인한 기억력 저하는 결코 나약함이나 게으름의 결과가 아닙니다. 뇌의 구조와 기능에 변화를 일으키는 질병인 것입니다. 따라서 스스로를 비난하기보다는, ‘지금 내 뇌가 피곤해하고 있구나.’라고 위로해 주시기 바랍니다. 불안을 줄이고, 작은 성공 경험을 통해 자존감을 회복하다 보면 기억력은 점차 개선될 것입니다. 갑작스러운 기억력 저하가 두렵고 불안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증상에 귀를 기울이고 작은 변화를 시도하다 보면 우울증은 빠르게 회복될 것입니다. 오늘도 작은 성공경험 하나를 쌓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노력하는 여러분들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