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과잉기억증후군(Hyperthymesia)
어떤 사람들은 시험을 앞두고 "기억력이 조금만 더 좋았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기념일을 깜빡하고 난 후, "내 기억력은 정말 형편없어"라며 자책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모든 기억을 빠짐없이 떠올릴 수 있다면 정말 좋은 일일까요?
우리는 보통 기억력이 뛰어난 것을 장점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과잉 기억 증후군(Hyperthymesia)을 가진 사람들은 모든 순간을 생생하게 기억하며 살아갑니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수십 년 전이 바로 어제처럼 떠오르는 것입니다. 단순히 중요한 그 순간만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그날의 날씨나, 입었던 옷, 점심으로 먹었던 음식까지도 머릿속에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처음에는 마치 기억력의 왕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과잉기억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은 절대 쉽지 않은 삶을 살고 있습니다. 과거의 상처나 아픔도 흐려지지 않고, 잊고 싶은 기억도 끊임없이 머릿속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우리는 보통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라는 말을 합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시간이 해결책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과잉기억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요?
2. 과잉기억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의 실제 사례
○ 질 프라이스 – 과거에서 벗어날 수 없는 여자
미국의 질 프라이스(Jill Price)는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어린 시절부터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10살 이후의 모든 일을 날짜별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1995년 7월 16일이 무슨 요일이었어?"라고 묻는다면, 그녀는 "일요일이었고, 비가 왔고, 점심으로 샌드위치를 먹었어"라고 즉시 답할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엄청난 능력이다!"라며 부러워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이런 자신의 기억을 저주라고 말합니다. 그녀는 "머릿속에서 기억이 멈추지 않아요. 평생 내가 겪은 모든 감정이 매일 되살아나는 기분이에요." 말합니다. 즐거운 기억도 있겠지만, 상처받았던 순간도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도 감정이 흐려지지 않고, 마치 언제든지 다시 돌아가 그 당시로 돌아간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그녀는 결국 불안장애와 우울증을 겪게 되었습니다.
○ 브래드 윌리엄스 – ‘살아 있는 캘린더’라 불리는 남자
브래드 윌리엄스(Brad Williams)는 과잉기억증후군을 가진 또 다른 사람입니다. 그는 마치 걸어 다니는 백과사전처럼 살아갑니다. 특정한 연도와 날짜를 들으면 그날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어떤 뉴스가 보도되었는지까지도 정확히 기억해 낼 수 있습니다. 그의 가족이나 친구들은 처음엔 신기해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를 걱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랑 대화할 때 과거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해. 심지어 우리가 까먹은 일도 모두 말할 수 있다니까." 친구들이 했던 잊고 싶은 실수나 창피한 사건을 그는 어제 일처럼 선명하게 기억합니다. 결국 그의 주변 사람들이 그를 불편해하기 시작했고 그는 점점 대인관계를 맺는데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습니다.
3. 과잉기억증후군의 원인 – 인간의 뇌는 왜 이런 능력을 가질까?
○ 기억 필터 기능이 부족한 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에게 중요하지 않은 정보들은 쉽게 잊어버리기 마련입니다. 이를 "기억 필터링 기능"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과잉기억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은 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기억할 필요가 없는 정보까지도 모두 저장되고, 필요할 때 자동으로 떠오릅니다.
○ 뇌의 특정 영역 과활성화
연구에 따르면 과잉기억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의 뇌를 분석했을 때, 해마와 측두엽이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해마는 기억을 저장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들의 해마 크기는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훨씬 더 큰 것이 발견된 것입니다.
○ 감정과 기억의 강한 연결
우리는 대부분 감정이 강하게 올라오는 사건을 더 잘 기억합니다. 하지만, 과잉기억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은 일상적인 기억들도 모두 감정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많이 지나더라도 기억이 흐려지지 않고 언제든지 다시 감정과 함께 떠오르는 것입니다.
4. 과잉기억증후군의 어려움과 극복 방법
○ 명상이나 인지치료 하기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픈 기억이 있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잊히고 치유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과잉기억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은 과거의 감정을 똑같이 느끼기 때문에 상처가 치유되는 것이 어렵습니다. 이 경우 심리치료를 통해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을 배우고 명상이나 인지행동치료 등을 통해 기억과 감정을 분리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 중요한 기억과 그렇지 않은 기억을 구분하기
과잉기억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은 일상적이 기억이 너무 많이 저장되다 보니 뇌의 한계로 인해 어떤 정보에 집중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중요한 기억과 그렇지 않은 기억을 구분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하루의 마지막에 ‘오늘 하루 가장 중요한 3가지만 떠올리자.’라고 스스로 정리하고, 다른 기억이 떠오른다면 ‘이건 중요하지 않아.’라고 되뇌며 생각을 덜어내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 기억을 줄이는 환경 만들기
이들은 하루에 접하는 정보의 양이 많을수록 더 힘든 경험을 하게 됩니다. SNS사용 시간을 줄이거나 필요 없는 뉴스는 보지 않는 습관, 단순한 신체 활동 등을 하면서 생각을 전환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머릿속이 너무 복잡할 때는 조용한 공간에서 일정 시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공감능력 향상하기
과잉기억증후군인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상대방이 잊고 싶어 하는 기억을 말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공감능력을 향상하여 불필요한 정보는 언급하지 않도록 스스로 노력하는 활동이 필요합니다. 생각이 떠오르더라도 밖으로 표현하지 않음으로써 대인관계의 유용성을 지킬 수 있습니다.
5. 결론 – 망각도 우리에게 필요한 능력이다.
기억력이 다른 사람들 보다 뛰어나다는 것은 분명 장점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잉기억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잊을 수 없음’이 저주가 될 수 있습니다. 모든 기억을 평생 간직한다는 것은 감정적으로 매우 큰 부담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과거를 잊고 새로운 삶을 살아갈 권리가 있습니다. 인간에게 망각이라는 것은 단순히 기억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치유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시 여러분이 힘든 기억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이 언젠가는 흐려진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망각도 우리에게 주어진 중요한 능력 중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