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번엔 다를 거야’라는 착각
우리는 뭔가 실수를 한 후 "다음에는 절대 이런 실수를 하지 말아야지."라고 다짐합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동일한 실수를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분명히 실수를 통해 교훈을 얻었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같은 실수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학창 시절, 벼락치기로 공부한 뒤, 성적이 좋지 않아 ‘다음부터는 일찍 시험공부를 시작해야지!’라고 다짐하고는 결국 또 같은 방식으로 시간을 흘러 보낸 적이 있지는 않나요? 혹은 믿어서는 안 되는 사람에게 다시 기회를 주거나, 알면서도 속아주는 등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대인관계 패턴을 가지고 있지는 않나요? 이러한 현상은 의지부족 때문이 아닙니다. 우리의 기억과 무의식적 습관이 깊숙이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입니다. 뇌는 실수를 기억하고 피하려고 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익숙한 행동을 반복하려는 강한 본능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의식적으로는 실수를 피하고 싶어도 무의식적 패턴이 더 강하게 작용하면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되는 것입니다.
2. 기억은 왜 실수를 저장하고도 반복하게 할까?
뇌는 실수를 ‘잘못’으로만 기억하지 않고 하나의 경험으로 저장합니다. 문제는 기억의 저장방식이 완벽하지가 않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뜨거운 물을 만져서 화상을 입은 경험이 있으면 다음번에는 그 기억이 경고신호처럼 작용해서 뜨거운 물을 조심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시험공부를 미루거나 과제를 미루는 등의 잘못된 선택을 반복하는 문제의 경우, 즉각적인 위험 요소가 없기 때문에 뇌는 이것을 ‘회피해야 할 위험’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습관이나 경험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실수를 반복하게 되는 것입니다.
특히, 암묵적 기억(Implicit Memory)은 우리가 의식적으로 떠올리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그 행동을 하게 만듭니다. 식사를 할 때, ‘오른손으로 숟가락을 잡아야지.’하고 매번 생각하지 않아도 오른손으로 숟가락을 잡는 것처럼, 반복적인 실수도 무의식적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즉, 실수를 했던 기억이 뇌에 남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습관적으로 같은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것입니다.
3.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진짜 이유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은 단순한 기억력의 문제라기보다는 심리적 특성일 가능성도 높습니다.
○ 익숙한 것은 안전하다고 느낀다.
우리의 뇌는 익숙한 것을 선호합니다. 뇌는 ‘변화’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잘못된 습관이라 하더라도 지속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느낍니다. 좋지 않은 대인관계를 반복하는 사람들을 보면, 비록 그 관계가 건강한 관계가 아니라 하더라도 ‘익숙함’ 때문에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 역시 변화에 대한 불아감에서 기인한 것입니다.
록 그 관계가 건강하지 않더라도 ‘익숙함’ 때문에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기억의 선택적 왜곡
우리의 뇌는 나쁜 기억을 완전히 삭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미화하거나 일부만 기억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과거 고통스러웠던 기억도 시간이 지나면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라고 위로하고 왜곡하게 됩니다. 이런 과정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 즉각적인 보상의 유혹
실수를 반복하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즉각적인 만족감 때문입니다. 인간의 뇌는 장기적 보상보다 단기적 보상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시험공부를 미루게 되면 당장은 편안함을 얻을 수 있고,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야식을 먹는 것은 순간적인 행복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보상이 반복될수록 습관이 고착되고,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게 되는 것입니다.
4. 같은 실수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다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우리 뇌의 작동박식을 이해하고 습관을 바꾸는 구체적인 전략이 필요합니다.
○ 실수의 패턴을 분석하기
자신이 어떤 상황에서 주로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는지 기록해 보시기 바랍니다. ‘아, 또 실수했네.’라고 넘어가지 말고, 왜 이런 실수를 하게 됐는지 분석해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사람일수록 비슷한 환경에서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같은 행동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실수의 패턴을 기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 작은 행동부터 바꾸기
한 번에 모든 행동을 바꾸려 하면 부담스럽기도 하고 쉽게 포기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아주 작은 변화부터 시작하는 것이 유용합니다. 운동을 미루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면, ‘주 5일은 운동해야지.’라는 목표보다 ‘주 1회만 운동하자.’라는 작은 행동을 목표로 하고 반복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 감정적인 보상을 활용하기
뇌는 즉각적인 보상을 선호하기 때문에 실수를 줄이는 과정에서도 보상을 주는 것이 좋습니다. 운동 중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목표를 달성했을 때 스스로 작은 선물을 주는 방식도 좋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같은 패턴의 실수를 줄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5. 결론 – 실수는 반복될 수도, 바뀔 수도 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기억과 습관, 심리적 패턴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철저한 다짐이 아니라 그 실수의 근본적인 원인을 이해하고, 행동을 바꾸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실수를 완벽하게 제거할 수는 없겠지만 실수를 줄이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실수를 통해 조금씩 배우고 성장해 나가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어제보다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해 오늘부터 작은 변화라도 시도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