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우리는 왜 기억을 잃어버릴까?
우리는 살아가면서 깜빡하는 순간을 종종 경험합니다. 중요한 약속을 잊어버리거나 방금 하려고 했던 말을 떠올리지 못할 때 우리는 “기억력이 예전 같지가 않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단순한 건망증인지, 기억상실 질환의 초기 증상인지 구별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특히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과 같은 퇴행성 질환은 기억을 조금씩 사라지게 만들어 결국에는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잊어버리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억력을 잃는 질환은 알츠하이머병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치매(Dementia), 해마 손상, 뇌졸중, 코르사코프 증후군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기억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경우를 건망증으로 보고, 어떤 경우를 뇌 질환으로 보고 경계해야 할까요? 알츠하이머병과 다른 기억 상실 질환들은 어떤 차이를 보일까요?
2. 알츠하이머병 : 기억을 조금씩 잃어가는 병
알츠하이머병은 가장 흔한 치매 유형으로, 전체 치매 환자의 약 60~80%를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질환은 뇌에 비정사적인 단백질이 점차적으로 축척되어 해마(hippocampus)를 포함한 기억 관련 부위를 손상시키고, 점점 더 많은 뇌 영역으로 퍼지면서 기억기능을 저하시킵니다.
○ 주요 특징
초기에는 단기 기억 상실이 나타납니다. 최근에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같은 질문을 반복적으로 하게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공간감각이나 언어능력이 저하되는 모습도 보입니다. 평소 잘 다니던 길이라도 길을 잃거나, 표현력이나 말하는 것이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주변 사람들을 인식하는 능력 역시 잃게 만들기도 합니다.
○ 발병 원인과 위험 요인
일반적으로 나이가 많을수록 발병 위험이 증가하며, 65세 이상에서 주로 발병하게 됩니다. 유전적 요인이 원인이 될 수 있는데 특히 APOE4 유전자가 있는 경우 발병 위험이 높아집니다. 고혈압이나 당뇨, 비만, 흡연 등도 알츠하이머병의 발병 확률을 높입니다.
3. 알츠하이머병과 다른 기억 상실 질환의 차이점
알츠하이머병 외에도 기억을 잃게 만드는 다양한 질환은 존재합니다. 각 질환은 기억상실의 원인과 증상이 모두 다르며, 치료방법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 혈관성 치매(Vascular Dementia)
알츠하이머병과 다르게 뇌졸중이나 혈관 손상으로 인해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억력의 저하뿐 아니라 주의력과 문제 해결 능력이 급격하게 떨어질 수 있고, 갑자기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흔합니다. 고혈압이나 심장 질환을 가진 사람에게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 전두측두엽 치매(Frontotemporal Dementia, FTD)
기억력보다는 성격 변화와 행동 장애가 먼저 나타나는 특징이 있습니다. 평소와 달리 충동적인 모습을 보이거나 사회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보이며 감정조절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흔합니다.
○ 코르사코프 증후군(Korsakoff Syndrome)
알코올 중독과 깊은 연관이 있으며, 비타민 B1(티아민) 결핍으로 인해 발생합니다. 새로운 기억을 형성하는 능력이 손상되며,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도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오래전의 일"은 비교적 잘 기억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즉, 단기기억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질환입니다.
○ 해마 손상(Hippocampal Damage)으로 인한 기억 상실
교통사고나 뇌염, 수술 등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해마가 손상되면서 기억을 잃을 수 있습니다. 단기 기억이 장기기억으로 전환되는데 문제를 일으키며 새로운 경험을 지속적으로 잊게 만드는 특징이 있습니다.
○ 정신적 충격(심인성 기억상실, Dissociative Amnesia)
극심한 트라우마(전쟁, 사고, 폭력 피해 등)를 겪은 후, 해당 사건과 관련된 기억이 사라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심리적 방어기제로 인해 나타나는데 특정 기억을 억제하거나, 심한 경우 자신의 정체성을 잊어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4. 기억을 지키기 위한 방법 –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현재까지도 알츠하이머병을 완치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뇌 건강을 유지하고 기억력을 보호하는 방법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 건강한 생활 습관 유지하기
올리브오일, 생선, 견과류, 채소 등 지중해식 식단을 섭취하면 기억력을 유지하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또한, 규칙적인 운동은 뇌 혈류를 증가시키고 신경세포의 연결을 강화할 수 있으므로 꾸준히 운동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건강한 수면습관 역시 건강한 뇌를 유지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으므로 일정시간 이상 수면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 두뇌를 계속 자극하기
독서, 외국어 학습, 악기연주, 퍼즐 등은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을 높여 기억력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과정은 뇌를 활성화하고 치매예방에 효과적이므로 새롭고 다양한 것들을 시도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 사회적 관계 유지하기
친구나 이웃, 가족들과의 소통이 활발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인지기능이 더 오래 유지된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고 여러 사람들과 친밀하게 소통하는 능력을 유지한다면 뇌 건강을 더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습니다.
5. 결론 – 기억을 지킨다는 것의 의미
기억은 우리가 살아오면서 축적한 경험들이 담긴 소중한 자산이면서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알츠하이머 병과 같은 뇌 질환을 앓게 되면 이런 소중한 기억들이 점차 사라질 수 있습니다. 유전력이 있다고 해서 낙담하거나 실망하기보다는 건강한 생활습관과 두뇌활동을 통해 스스로의 뇌 건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