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의 기억을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어린 시절 친구들과 동네마다 있던 좁은 골목에서 놀았던 기억을 떠올려 본 적 있나요? 여름의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도 크게 웃으며 술래잡기를 했던 기억이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가끔 친구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이상한 경험을 할 때가 있습니다. 내가 “감나무집 할머니댁에 큰 개가 있었잖아.”라고.” 하면 친구는 “아니야, 그 할머니 댁에는 개가 아니라 닭을 키웠어.”라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같은 경험을 했는데 왜 서로 다르게 기억하고 있는 것일까요?
기억이라는 것은 단순한 저장장치가 아닙니다. 우리의 뇌는 매 순간마다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고 또 필요 없는 정보는 삭제해 가면서 기존의 기억을 수정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같은 사건을 겪어도 사람마다 다르게 기억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기억이 형성되는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인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2. 기억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 감각을 통한 기억의 시작
우리는 날마다 많은 정보를 접하게 됩니다. 길에서 마주친 사람들의 화장품 냄새,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친구들과 나누었던 대화내용 까지 모든 것이 기억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감각자극 중에서 일부만이 실제 기억으로 저장됩니다. 이러한 기억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해마(hippocampus)입니다. 해마는 새로운 정보가 습득되면 이를 처리하고 단기기억에서 장기기억으로 바꾸는 역할을 합니다. 한마디로 해마는 기억을 하기 위한 일종의 편집자처럼 활동하며,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정보만을 저장하는 것입니다.
○ 단기 기억과 장기 기억의 차이
기억이 하나같이 똑같이 저장되지는 않습니다. 정보가 얼마나 지속되었느냐에 따라 기억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바로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입니다.
먼저, 단기기억은 몇 초에서 몇 분정도로 지속되고 한정된 양의 정보만을 저장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처음 본 차량의 번호를 잠시 기억했다가 곧 잊어버리는 경우입니다.
장기기억은 반복적으로 학습된 내용이나 감정적 경험을 통해서 오랫동안 저장되는 기억입니다. 가족들과의 행복했던 순간이나 중요한 시험문제를 오랫동안 기억하는 경우입니다.
기억이 장기적으로 오랫동안 저장되기 위해서는 반복적인 학습이 필요합니다. 새롭게 배운 내용을 일상생활과 접목하여 반복하게 되면 더 오래 기억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입니다.
3. 기억은 변할 수 있다 – 기억의 왜곡과 재구성
○ 기억은 변화된다.
많은 사람들이 기억을 마치 사진처럼 변하지 않고 고정되어 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되기도 합니다. 우리의 뇌는 기억을 컴퓨터 저장장치처럼 저장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정보와 연결하고 정보나 상황에 따라 재구성하기도 합니다.
예를들어, 어린 시절 친구들과의 학창 시절을 떠올려보세요. 처음에는 단순한 기억으로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때 그 친구 참 재미있었지” 혹은 “우리가 소풍 갔던 날 무지개가 떠 있었어.”라고 기억이 변화되기도 합니다. 이는 우리의 감정이 기억을 다시 편집하는 과정에서 수정을 거쳤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 감정이 기억을 변화시킨다
우리는 감정적으로 강렬했던 순간을 더 오랫동안 기억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첫 사랑과 데이트를 했던 기억이나 큰 개가 쫓아와서 놀랐던 경험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습니다. 그러나 매일 반복되는 일상적인 순간들은 쉽게 잊힙니다. 연구에 따르면 감정적으로 중요한 사건은 해마와 편도체가 평소보다 더 활발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장기기억으로 저장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감정이 너무 강해서 기억이 왜곡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린 시절 물에 빠졌던 경험이 있을 경우 물을 볼 때마다 불필요한 두려움을 느끼고 실제 사건보다 더 과장되게 기억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트라우마 환자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4. 기억력을 향상하는 방법
우리의 기억력은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다기보다는 연습을 통해 향상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효과적인 기억유지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 반복 학습과 간격 효과 활용
기억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단기간에 반복적으로 학습하기보다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지속적으로 복습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이를 간격효과(Spacing Effect) 라고 합니다. 학창 시절 복습을 해야 시험을 잘 친다고 하던 어른들의 말이 사실이었나 봅니다.
○ 감각과 연결된 학습 방법
기억은 감각과 연관될 때 더욱 오래 지속됩니다. 특정한 향기를 맡거나 음악을 들으면 과거의 기억이 떠오르는 것도 같은 원리입니다. 예를들어, 난로냄새를 맡으면 학창시절에 난로를 피우던 교실의 모습이 떠오를 때 있지 않나요? 특정 음악을 들으면서 공부하면 이후 같은 음악을 들을 때 학습한 내용을 떠올리기 쉬워지는 것도 같은 원리입니다.
○ 충분한 수면과 건강한 생활습관 유지
수면은 기억을 정리하고 강화하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이 기억력을 높이는데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밤새워 공부를 하고 시험을 쳤을 때 결과가 좋지 았았던 것도 이런 원리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5. 결론 – 기억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법
우리의 기억은 단순한 정보저장이 아니라 경험과 감정이 결합된 복잡한 과정을 거칩니다. 우리는 기억을 통해 과거를 회상하고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도 준비하게 됩니다.
우리는 이러한 기억을 더 잘 활용하기 위해 중요한 순간은 기록하고, 감정은 적절하게 조절해 가면서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기억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는 것, 변형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가며 슬기로운 삶을 살아가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