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우리는 왜 타인의 기억을 내 기억처럼 착각할까?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다양한 정보를 듣다 보면 내가 경험하지 않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경험한 일인 것처럼 기억이 날 때가 있습니다. 이처럼 타인이 경험한 일이 마치 내가 경험한 일인 것처럼 착각하는 현상을 기억 전염(Memory Contagion)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착각과는 좀 다른데, 인간의 뇌가 정보를 저장하고 불러오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심리적 현상입니다. 우리는 왜 이러한 착각을 하게 되는 걸까요? 그리고 타인의 기억이 어떻게 내 기억처럼 변형될 수 있는 것일까요?
2. 기억이 전염되는 이유 – 우리의 뇌는 완벽하지 않다.
우리 뇌는 사진처럼 정보를 정확하고 세밀하게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 기억을 저장합니다. 이것은 기억이 필요할 때마다 다양하게 조합해서 꺼내기 위해서입니다. 이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의 말이나 현재 상황에 영향을 받게 되면 기억이 변형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는 것입니다.
○ 공동 경험이 만들어내는 집단 기억
가족이나 친구, 연인과 같은 가까운 관계일수록 서로의 기억이 섞이는 일이 더 많이 발생하게 됩니다. 함께 여행을 다녀온 후 “우리가 숙소에서 먹었던 치킨은 정말 맛있었어.”라고 대화를 자꾸 나누다 보면 처음에는 흐릿했던 기억들이라 하더라도 마치 내가 생생하게 경험한 것처럼 뇌에 새겨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동일한 경험을 공유할수록 그 경험에 대한 기억이 비슷해지고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의 기억이 점점 더 닮아가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 유도 질문과 암시 효과
타인의 기억을 내 기억인 것처럼 착각하는 또 다른 이유는 암시 효과(Suggestion Effect) 때문입니다. 암시효과는 특정한 질문방식이나 표현이 기억을 왜곡시키는 현상을 말합니다. 어떤 사건에 대해 “그때 너는 정말 깜짝 놀랐잖아?”라고 누군가 이야기한다면 처음에는 별다른 감정이 없었다 하더라도 점점 “그래, 그때 나는 정말 놀랐던 것 같아.”라고 기억이 변형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 반복되는 이야기 속에서 기억이 새롭게 형성됨
동일한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듣다 보면 그 사건을 마치 직접 경험한 것처럼 착각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에는 기억이 없다가도 여러 번의 이야기를 통해 뇌가 점차 이 정보를 실제 있었던 일처럼 받아들여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특히 어린아이들에게 더 많이 나타납니다. 아이들은 부모나 교사에게 들은 이야기들을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기억과 섞어서 받아들이게 되며, 결국 그 기억이 자신의 실제 경험인 것처럼 인식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3. 기억이 전염된 실제 사례
○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형성되는 가짜 기억
사람들이 어린 시절 기억이라고 생각하는 다양한 일들은 부모님이 들려준 이야기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를 들어, 예를 들어, “너 어릴 때는 곤충들을 참 좋아했어.”라는 말을 계속 듣다 보면 실제로 곤충을 키우거나 채집했던 기억이 떠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를 촬영한 사진이나 영상을 보면 곤충을 무서워했던 모습이 발견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가족이나 친구들이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는 내용이 나의 기억으로 자리 잡는 경우가 많습니다.
○ 형제자매가 공유하는 조작된 기억
형제 중 누군가가 “우리 동물원에서 사자 봤잖아. 엄청 무서웠어.”라고 이야기합니다. 다른 형제들도 “맞아, 그 앞에서 사진도 찍었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부모님께 물어보니 동물원에 간 적은 있지만 그 동물원에는 사자가 없었고, 사자를 본 적은 없었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형제들이 같은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는 과정을 통해 마치 실제로 사자를 본 것처럼 기억이 조작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 온라인에서 파지는 가짜 사건 기억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연예인 A와 B가 연인이라는 라디오 생방송 사고 기억나?”라는 글을 본 후 댓글에 많은 사람들이 “맞아, 나도 그 라디오 들었어.”라고 이야기합니다. 처음에는 기억이 없었던 사람들이지만 댓글을 읽고 있는 동안 점점 자신도 그날 불이 꺼져있었던 것 같다고 느낍니다. 그러나 실제로 라디오 생방송 사고는 없었으며 가짜 정보가 퍼지면서 그 사건이 마치 사실처럼 기억하게 된 것입니다.
○ 역사적 사건 속에서 변형된 기억
기억이 점염되는 현상은 집단기억에서도 나타납니다. 많은 사람들이 1969년 인류의 달 착륙을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로 본 것처럼 기억하고 있지만, 실제로 당시에는 생중계가 불가능했고, 이후에 편집된 영상이 방송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러 번 관련 영상을 접하면서 마치 자신이 그 순간을 직접 실시간으로 목격한 것처럼 착각하게 된 것입니다.
이처럼 역사적인 사건 사건도 반복해서 이야기되고 강조될수록 기억이 변형되고 새로운 사실이 더해지면서 기억이 전염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4. 기억 전염을 막기 위한 방법
기억이 전염되는 현상을 막고 신뢰할 수 있는 기억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실천해 보면 좋습니다.
○ 기억 회상의 순서를 바꿔보는 연습하기
기억을 떠올릴 때 항상 처음부터 끝까지 정해진 순서대로 회상하게 되면 기존 기억의 틀에서 벗어나기 힘들 수 있습니다. 특정 사건을 회상할 때 사건의 순서를 거꾸로 떠올려 보거나 중심적인 장면부터 떠올려 보는 연습을 하게 되면 기억이 고착되지 않고 정확한 정보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 집단회상을 할 때 신중하게 행동하기
여러 사람이 같은 사건을 기억할 때, 한 사람의 주장이 너무 강하면 다른 사람들의 기억을 덮어버릴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기억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내 기억과 어떤 차이가 있지?”라고?” 생각하고 비판적으로 접근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 새로운 정보에 대한 경계심 가지기
미디어나 인터넷에서 접한 새로운 정보들이 원래의 기억을 바꿔놓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뉴스에서 본 사건과 관련된 후속 보도가 나오면 사람들은 원래 기억했던 내용을 변형해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새로운 정보를 접할 때에는 기존의 기억과 구분하여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 타인의 기억을 그대로 믿지 않기
다른 사람들의 기억을 무조건 믿고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기억이 흐릿할수록 더 타인의 말에 쉽게 영향을 받을 수 있으므로 자신의 기억을 우선적으로 존중하는 태도를 길러야 합니다.
5. 결론 – 기억은 절대적이지 않다.
기억전염이라는 것은 인간의 뇌가 정보를 저장하고 꺼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현상 중 하나입니다. 우리는 기억이 항상 정확하지 않을 수 있음을 인식하고 신뢰할 수 있는 기억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우리의 기억이 온전히 보존시키기 위해 우리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기억이 전염되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자세보다는 스스로 객관성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