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왜 나는 항상 길을 잃을까?
낯선 장소에서 길을 찾는 것은 누군가에게 너무 쉬운 일이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아주 큰 스트레스가 될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새로운 도시에 갔을 때 한 번만 길을 보면 금방 익숙해지는 반면, 어떤 사람들은 익숙한 동네에서도 길을 종종 헷갈려합니다.. 혹시 이런 경험 있으신가요? 목적지를 찾아가면서 몇 번이나 지도를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길을 여러 번 지나치거나 반대로 돌아서 갔던 경험 말입니다. 우리는 왜 이렇게 다르게 공간을 인식하게 되는 것일까요? 방향 감각이 뛰어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공간 기억력을 담당하는 뇌의 작용과 방향감각의 비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2. 방향 감각과 공간 기억을 담당하는 뇌의 비밀
길을 찾아내는 능력은 운의 영역이 아닙니다. 우리 뇌가 어떻게 공간을 인식하고 기억하는지에 따라 결정되는 것입니다.
○ 해마(hippocampus) – 공간 기억의 핵심
해마는 기억을 저장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특히 공간 정보를 처리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서, 해마가 건강하고 활성화되어 있는 사람들은 새로운 정보를 빠르게 익히고 길을 찾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그러나 해마 기능이 저하된 경우에는 방향을 찾아내는 것이 힘들게 느껴지기도 할 것입니다.
○ 두정엽(parietal lobe) – 시각적 공간 감각 담당
두정엽은 머리의 위쪽 중앙 부분에 위치해 있는 공간입니다. 두정엽은 우리가 주변 환경을 어떻게 인식하고 활용하는지를 결정하는 역할을 합니다. 두정엽의 기능이 저하된 상태라면 거리 감각이 약해지고, 위치를 기억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 뇌의 네트워크와 훈련의 중요성
공간 기억력이나 방향 감각은 타고나는 부분도 있지만 연습을 통해 개선될 수 있습니다. 길을 자주 헤매는 사람들도 뇌를 지속적으로 훈련하고, 공간 감각을 키우다 보면 길을 찾는 능력을 향상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3. 방향 감각이 뛰어난 사람 vs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
어떤 사람은 처음 방문한 도시에서도 금방 방향을 익히고, 지도 없이도 목적지를 찾아가는 능력을 보입니다. 반면 어떤 사람들은 매일 다니는 길도 헷갈려하고 한참을 걷고 나서야 “잘못된 길로 왔다.”라고.” 알아차립니다. 이러한 차이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요?
○ 어린 시절 환경의 차이
어릴 때부터 다양한 공간을 탐색하는데 익숙해진 사람들의 경우 성인이 되어서도 방향 감각이 뛰어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를 들어, 어릴 때부터 자연에서 뛰어놀거나 새로운 길을 자주 찾아다녔던 사람들의 경우 공간 감각이 발달하겠지만, 익숙한 환경에서만 생활한 사람들의 경우 공간 인지능력이 다소 낮아질 수 있는 것입니다.
○ 공간 정보 처리 방식의 차이
어떤 사람들은 참조점(reference point)을 중심으로 방향을 기억합니다. 이것은 “큰 은행나무를 지나서 왼쪽으로 가면 학교가 나온다.”처럼 특정한 랜드마크를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남쪽으로 300m 정도 가면 교차로가 나온다.”와 같이 방위(동서남북)나 거리 감각을 활용하여 길을 찾기도 합니다.
○ 성별에 따른 차이
연구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남성들의 경우 방향감각을 활용한 거리 기반 탐색(distance-based navigation)을 많이 하고,, 여성들의 경우 랜드마크 기반 탐색(landmark-based navigation)을 더 많이 사용한다고 합니다. 물론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모든 경우가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 유전적 요인과 신경학적 차이
최근 연구에서는 해마의 크기와 방향 감각이 상관관계를 가진다는 결과가 도출되기도 했습니다. 해마가 발달한 사람들은 공간 정보를 더 빠르게 처리하고 길을 쉽게 찾지만, 해마의 크기가 작은 사람들의 경우 공간 인지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4. 길을 잘 찾는 능력을 키우는 방법
길을 자주 헷갈려하는 사람들도 방향 감각을 훈련하면 공간 기억력을 향상할 수 있습니다. 어떤 방법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일까요?
○ 길을 찾을 때 지도 대신 주변 환경을 관찰하기
항상 스마트폰이나 내비게이션 같은 전자기기에 의존하기보다는 주변의 건물, 표지판, 도로 구조 등을 적극적으로 관찰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해마를 더 활성화할 수 있습니다.
○ 방향을 인식하는 연습하기
길을 걸으면서도 “내가 지금 걷는 방향은 동쪽일까? 서쪽일까?”에 대해 생각하면서 걸어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해가 뜨고 지는 위치를 기준으로 방향을 맞추는 연습을 해 보면 공간감각을 기르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 새로운 경로를 시도해 보기
등굣길이나 출근길에 매일 같은 길을 걷지 않고, 일부러 조금 다른 길로 가보는 연습을 하는 것 역시 공간인지능력을 향상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뇌를 자극하는 게임 활용하기
미로 찾기, 퍼즐 등 공간기억력 훈련 게임을 통해 뇌의 공간 처리 능력을 자극하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재미있는 게임을 통해 훈련한다면 지루하지 않게 뇌를 자극할 수 있습니다.
5. 결론 – 방향 감각은 타고나는 것일까, 길러지는 것일까?
길을 찾는 능력은 일부는 타고난 것이지만 상당 부분은 후천적으로 훈련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해마와 두정엽이 방향감각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므로, 연습을 통해 공간 인지능력을 향상하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평소에 길을 잘 잃거나 방향감각이 대체로 부족한 사람이라면 지금부터라도 주변환경을 더 세밀하게 관찰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방향감각은 우리의 뇌가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중요한 기술입니다. 연습을 통해 지도 없이 자신 있게 길을 찾는 날을 기대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